순서대로 사회자 견우, 참가자 푸스, 승호님. 레크리에이션에 참여 중이다.
오랜만입니다, 우리 오래 만나요.
"처음 오셨어요?" 이 질문 굉장히 많이 받았다. 몇 년 전만해도 동아리 관련 행사에 나가면 다 아는 사람들이구먼, 하던 게 이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휴학하고 고향인 부산에서 사느라 당연한 것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요즈음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덕분이다. 어두운 겨울밤 같았던 QUV 해산 때와는 달리 이번 워크샵은 여름, 활기 그 자체. 오랜만에 느껴보는 에너지가 내 심장을 자극했다.
성소수자 친구들과 종종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가 서른 살이 되면, 마흔 살이 되면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중년 게이'는 어디에 존재한다는 말인가.(얼마 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홍보 포스터를 붙일 부산 범일동의 수십 개 업소를 돌았는데 다들 잘 살고 있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책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들은 세션은 <성소수자 직장인으로 살아가기>이었다. 광역으로 커밍아웃을 저지른(?) 부모님과 FTM 트랜스젠더 바이 블레인님의 취업과정과 직장에서 겪은 일화들에 공감도 하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도 해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블레인님의 말에서 드러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인상적이었는데, 가령 상대방의 말에서 의도를 캐치하는 것이 있었다. 이제 졸업학기만을 남겨둔 나에게 구직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시간이었다. 마침 청년 성소수자 대상 취업컨설팅 프로그램 <QM>의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던데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편 박한희 변호사님의 성소수자 인권 의제 강연은 '놀라움'이었다. 동성혼 법제화를 비롯해 수많은 의제들을 핵심만 싶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다. 영상으로 찍어서 동아리 회원 기본교육자료로 삼고싶을 정도. 찍어주세요(?) 그리고 생각보다 회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이 기세를 몰아 모두의 결혼, 사랑이 이길 때까지!
그리고 기대하고 고대하던 워크샵의 꽃, 레크리에이션과 뒤풀이에서는 작년 연합엠티와 마찬가지로 많은 회원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친해진 회원들과는 SNS로 계속 연락하고 지내기도 한다. 특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워크샵이 처음으로 참여한 동아리 활동이라는 분들도 많았다. 더 덧붙일 말 없이, 즐겁다 즐거워. 우리 오래 만나요.
동아리가 왜 필요한지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90년대와 달리 또래의 성소수자를 만날 수 있는 수단들이 다양해진 지금, 굳이 동아리를 운영해야하는 이유말이다. 동아리마다 회원마다 각자의 답은 다르겠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사회적 지지망'이다. 동아리는 대학 안팎에서 겪는 혐오와 차별은 물론 소수자라는 지위 그 자체에서 오는 고립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를 인정하고, 도우며,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나다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 최근 각종 행사나 집회에 보이는 성소수자 동아리 깃발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중앙대학교 레인보우피쉬는 재건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워크샵이 성소수자 동아리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양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에 임파워링되는 경험이었고 무척 재미있었다. 교류의 장을 마련해준 다움과 국제앰네스티, 그리고 안전하고 즐거운 행사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 기획팀에 감사드린다. 다움의 앞으로의 커뮤니티 사업도 응원한다. 내년에는 취업해서 후원해본다. 아 진짜로.
작성: 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