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행사 공공체육관 이용차별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동대문구 체육관의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 대관 취소 차별로 인정 –
– 동대문구와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에 총 9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 인정 –
5월 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 민사부는 2017년 위법한 체육관 대관 취소로 퀴어여성네트워크(이하 ‘퀴여네’) 활동가들이 서울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총 9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대관 취소가 위법하지만 손해가 없다고 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던 1심 판결을 취소하였다(서울서부지법 2021나47810 판결).
2017년 퀴여네는 제1회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고자 동대문구 체육관을 대관하였다. 그러나 이미 대관이 완료된 상황에서 성소수자 행사를 이유로 한 민원들이 제기되자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은 갑작스럽게 천장 공사를 해야 한다면서 대관을 취소하였다. 그 과정에서 담당자가 ‘(체육대회가) 미풍양속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퀴여네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2019년 국가인권위는 동대문구와 시설관리공단이 대관을 취소하고자 없는 공사일정을 만들어냈음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등 시정권고를 내렸다.
이후 2020년 퀴여네 소속 단체인 언니네크워크와 활동가 4인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성소수자 행사에 대해 공공시설 이용 차별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제기한 소송이었다. 해당 소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들이 대리했다(조혜인 변호사 주수행).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이 주장하는 공사일정은 확정된 것이 아니었고, 취소 당일 국가인권위로부터 성적지향을 이유로 대관을 취소하면 차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메도, 피고들은 위법한 대관취소를 했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손해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단체인 언니네트워크는 대관취소로 명예가 훼손되지 않았고 개인 활동가들은 반사적 이익을 가진 이들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위법하지만 손해는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에 원고들은 항소를 했다. 그리고 2심 재판부는 원고 언니네트워크에 500만원, 개인 활동가들에게 각 100만원의 손해를 인정했다. 특히 동대문구와 시설관리공단의 대관취소가 단지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만이 아니라 체육대회 예상 참가자들이 성소수자인 것을 이유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원고들이 받은 손해에 대해서도 성적지향 차별로 인하여 원고들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을 침해받은 것 자체를 손해로 보고, 나아가 원고 언니네트워크는 대관 취소로 결국 체육대회를 개최하지 못함에 따라 단체의 목적을 달성할 기회 박탈, 사회적 신뢰 저하 등의 손해도 입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렇기에 피고들의 행위의 위법성과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재발을 방지할 필요성 등을 인정해 피고들에게 총 9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이 2심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성소수자 체육대회에 대한 공공체육관 대관 취소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평등권 침해 그 자체를 손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나아가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광장 불허를 비롯해 지자체 등에서 성소수자 차별이 계속 이어지는 것에도 재발방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퀴어여성네트워크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더 이상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공공시설에서의 위법한 차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모든 차별을 예방하고 해소할 기본법으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