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에서 활동하는 정성조입니다.
오늘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동성애 혐오자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인권과 평등을 존중하는 사회의 모습입니까? 청소년과 청년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정신 건강의 위기는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다움이 2022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년들의 정신 건강은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소수자 청년의 49.8%는 최근 1주일 동안 우울 증상을 경험했으며, 이는 일반 청년의 우울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살 관련 지표입니다. 성소수자 청년의 41.5%가 최근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8.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성소수자가 겪는 정신 건강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가 무언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아닙니다. 학계에서는 '소수자 스트레스' 개념으로 이 문제를 설명합니다.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 차별, 거부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며, 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집니다. 특히 정체성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이러한 스트레스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즉, 학계의 일치된 견해는 성소수자의 정신 건강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와 인권 제도, 성평등 정책은 성소수자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성소수자 학생들이 겪는 괴롭힘과 차별에 대한 적절한 대응 체계도 부재합니다. 더욱이 지역별 학생인권조례가 하나둘 폐지되고, 성평등 도서가 사라지는 등 교육 현장에서의 평등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학교 내 성교육이 '동성애 조장'이라는 비난 속에 후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섹슈얼리티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탐색하고 인권 의식을 형성할 기회를 잃고 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무분별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섹슈얼리티를 ‘위험한’ 것으로, 성소수자를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이러한 풍토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과 성소수자 혐오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은 막중합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성소수자의 인권과 평등을 위한 정책을 당연히 여기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를 위한 자살 예방 대책, 포괄적 성교육, 성소수자 친화적 환경 조성 등이 정부 정책의 필수가 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제 국제 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성소수자들의 삶을 개선할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십수 년이 미루어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부터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삶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 말은 성소수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모든 구성원의 삶과 존엄을 동등하게 존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자살 예방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정부가 앞장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성조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