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소모적 논쟁을 만들고 있는가, 공허한 해명이 아닌 실질적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여성가족부의 사실혼·동거 배제 보도에 대한 입장에 부쳐
지난 23일 여성가족부(여가부)가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현행 유지’의견을 제출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지난 2020년 정춘숙, 남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출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 기본단위’라고 한 가족의 정의 규정(3조 1항 등) 삭제 ▲가족형태로 인한 차별금지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여가부 역시 개정에 찬성했음에도, 2년 만에 “건강가정은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를 나타내며 가정, 가족 용어가 실생활과 법률에서도 혼용되므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보도 바로 다음날인 24일 여가부는 이례적으로 설명자료까지 내며 자신들의 입장을 해명했다. 해명에서 여가부는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고”,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사회 구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명, 아니 변명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현행과 같은 건강가정기본법의 규정 하에서도 사실혼·동거 가족 역시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민법 제779조는 가족을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이 조항에 따라 모든 법이 실질적으로나 직접적으로 규율받는 것은 아니며, 국민건강보험법 등 사회보장 법제는 사실혼 가족도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각 법의 취지와 정책적 고려사항에 따라 1인, 한부모, 비혼, 동거, 동성 가족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은 이루어질 수 있고 또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그럼에도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정의 개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건강가정기본법은 국가의 가족 지원정책에 대한 기본법이기에 가족을 혈연가족, 정상가족 개념에 입각해 좁게 정의하고 있는 법 규정으로 인하여 국가 및 지자체의 지원정책에서 다양한 가족들이 배제되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 정의의 개정 및 확장은 국가가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한다는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정책의 대상을 넓히는 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셋째, ‘소모적 논쟁’을 만들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 2021. 4. 13. 가족 변화에 맞추어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정책 뉴스를 낸 여가부가, 1년 5개월만에 돌연 현행 유지 입장을 내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여가부는 정녕 모르고 있는가. 게다가 여가부는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에 성소수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야기하고, 2019년 가족다양성 포럼에서 동성혼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던 전력도 있다. 계속해서 다양한 가족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해 온 여가부가 법률과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 구현을 실현해나가겠다니.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계속해서 폐지 이야기가 나오는 여가부에 대해 성소수자 운동은 다른 인권단체들과 함께 여가부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낸 바가 있다. 이는 현재의 여가부가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고 모든 사람이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에 상관없이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성평등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요구에서였다.
그렇기에 이제는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흔들림없이 성평등을 실현하는 정부부처의 모습을 보고 싶다. 공허한 해명이 아닌 실질적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비롯해 현행 법제의 차별적 요소를 없애고 모두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여가부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것임을 명심하라.